짝꿍과 저는 둘 다 연가 일정을 맞추어 전시회를 구경가기로 계획하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되는 2018년 아시아 기획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에 다녀왔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짝꿍과 저는 점심을 먹고 다른 볼 일을 본 후 국립현대미술관에 3시 경에 도착했습니다. 우선 전시회를 관람하기 전에 당을 보충 해야할 것 같아 국립현대미술관 내부에 있는 카페를 방문하였습니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휴식도 취하고 책도 보고 미래 계획을 위해 열정적으로 토론을 하다가 어느 덧 2시간 가량 훌쩍 지났습니다. 짝꿍과 저는 서둘러 안내 데스크로 향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접수 마감 시간은 5시였습니다. 5시가 되기까지 몇 분을 남겨두고 티켓팅을 하였습니다. 티켓을 구매할 때 안내 데스크 직원분께 이 전시회가 1시간 이내 관람하기 힘든 규모인지 여쭈어보았습니다. 직원분께서는 영상 전시가 많아 진득하게 보려면 1시간은 부족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짝꿍과 서둘러 전시회에 입장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이 전시회는 1시간 안에 볼 수 있는 그런 규모의 전시회가 아니라는 사실 말입니다. 우선 전시회의 스케일과 기획력에 압도당했습니다. 생각했던 동양 산수화 이런 작품들이 아닌 정말 현대적이면서 아시아적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얄팍한 편견이 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시아 기획전 작품들

전시회에 입장하여 처음 접하게 된 작품은 마크 살바투스의 <대문>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입장할 때는 여러 종류의 문이 끊임없이 닫히는 장면이 영상으로 재생됩니다. 하지만 입장한 쪽과 반대방향으로 넘어가서 보았을 때는 같은 방식으로 여러 종류의 문이 끊임없이 열리는 장면으로 영상이 구현됩니다.


후지이 히카루 작가님의 '일본인 연기하기'라는 영상 작품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영상에서는 외형적인 단서만으로 누가 더 일본인 같은지 순서대로 줄을 세우는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이 아시아 기획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라는 전시회가 어떤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소름 돋았던 작품은 티모테우스 A. 쿠스노 님의 작품이었습니다. '호랑이의 죽음과 다른 빈 자리'라는 주제로 작가님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수많은 막대기 끝에 손가락질을 하는 듯한 손모양이 일제히 어떤 한 곳을 가리키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그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파란색 전경과 공간을 두른 파란색 테두리 조명이 누군가를 몰아세우고 비난하는 차가운 현실을 여실히 나타낸 듯한 강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맵 오피스<아틀라스 오브 아시아>' 공간에서는 개별 작가들의 예술활동과 이론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타오 후이님의 '몸에 대해 말하기'에서는 자신의 몸에 대해서 자세히 묘사를 하는 인터뷰 영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시각이 아닌 자신이 자신의 모습을 직접 설명하는 컨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설명도 굉장히 디테일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얼굴형, 코 모양, 눈 모양 등 몸의 구석구석을 설명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귀지 설명도 있었는데요. 귀지를 통해 유전자 분석까지 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보지는 못하였습니다만 잠깐 영상을 보았을 때는 여자분인 줄 알았는데 후에 뉴스를 찾아보니 남자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 전시회를 방문한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을 작품은 장 쉬잔 작가님의 '시소미'라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은 비디오 작품과 설치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비디오작품 부터 보게 되었는데, 어떤 숲속에서 악기를 든 몇몇 쥐들이 웃을수도 울수도 없는 그런 애잔한 멜로디로 연주와 안무를 구현합니다. 그 비디오 옆에는 그 영상을 촬영한 미니 세트장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모두 종이로 만든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비디오작품 아래에 보면 죽은 쥐들이 무덤 묘비 앞에 있는 것 처럼 나열이 되어있습니다. 깨알로 비디오가 상영되는 스크린 뒤쪽 맨 모퉁이에도 쥐 한마리가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상에 사용된 음악이 단순하면서도 애잔하고 뇌리에 남아 묘한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다른 전시관으로 이동하여 작품을 관람하는데도, 계속 배경음악으로 깔려 있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전시회를 통해 느낀 점

이 외에도 많은 영감을 주고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 전시회를 통해 전반적으로 느낀 점은 이 아시아 기획전은 직면해야 할 사실들에 대한 외면, 갈등, 편견의 부질없음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라는 주제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규모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생기는 전시회여서 혼자 전시회를 감상하시는 것도 좋고, 커플이나 친구와 같이 보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반 관람료는 4천원이며, 사진촬영 가능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지하층에는 넓은 주차장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전시회 관람 시간은 넉넉히 2시간 정도 잡으실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제일 아쉬웠던건 좋은 영상이나 컨텐츠들이 많았는데 이를 자세히 보지 못하고 온 것이었습니다. 


이 전시회는 기회가 되면 한번 관람하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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