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을 설 연휴 동안 고향에 보내두고 나는 두 번째 미술전시로 향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예르미타시 박물관 展"이었다.

 

 

 

전시회 개요

 

이 전시회는 특이하게 러시아 박물관(겨울 궁전)에서 보관하고 있는 프랑스 미술 작품들을 전시하였다.

 

(보통 러시아 - 러시아 작품 전시, 프랑스 - 프랑스 작품 전시일텐데, 러시아가 프랑스 작품을 전시;)

 

알게 된 사연은 이러하였다.

 

이는 전시회 중간 부분에도 나오는데, 미친듯이 미술 작품을 수집하던 두 명의 수집가(세기의 수집가라고 표현될 정도)가 있었다.

 

세르게이와 모조로프가 그 두 수집가였다.

 

세르게이는 모스크바에서 상인 집안 출신이었지만 후에 모네, 세잔, 고갱, 고흐 작품을 집중 수집, 마티스, 피카소 작품들도 구입했다고 한다.

 

한편 모조로프는 리본을 제작하는 공장을 운영하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후에 세잔, 고갱, 반고흐를 집중 수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1918년의 레닌의 명령으로 모든 미술작품이 국유화 되면서 그분들이 수집한 고귀한 미술작품들이 모두 국가 소유가 되었다고;;

 

이로 인해 세르게이는 독일로 이주, 모조로프는 자신의 소장품을 관리하는 큐레이터로 임명 되었다고 한다.

 

(참 웃지 못할 일)

 

 

어쨌거나 예르미타시 박물관은 그래서인지 어느 박물관보다도 세계 최대 규모로 미술작품들을 보유하게 되었고(약 300만점), 그 그림들의 일부를 이 전시회에서 볼 수 있었다.(흔치 않은 기회)

 

이는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의 교환 전시의 결과라고 한다. 2016년에 예르미타시박물관에 전시된 "한국 미술 5천년, 한국도자명품전"에 대한 화답이라고,, (웬지 훈훈)

 

 

 

 

(예르미타시 박물관 전경이 바탕인 전시회 입구)

 

 

 

 

 

전시회 내용

 

전시 초반에는 러시아가 수집한 이 미술작품을 통해 프랑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작품은 시대에 따라 전시되어 있어서, 시대별 미술 작품들의 특징을 엿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종교화가 주로 전시되어 있고 그 다음은 초상화가 주를 이었다.

 

간간히 청동조각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었고, 이름을 알만한 화가들의 작품들도 발견할 수 잇었다.

 

 

 

 

 

 

 

 

 

특히 이 전시회의 모델로 쓰여진 아래의 작품도 직접 볼 수 있는데, 이 작품은 혁명 이전의 러시아의 상류사회의 화려한 옛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이라고 한다.

 

(안나 오블렌스카야의 초상)

 

 

 

 

이 전시회의 마지막 작품으로 베르나르 뷔페의 '겨울 궁전'이 있었다. 평소에도 좋아하던 화가였기 때문에 이 그림이 더더욱 반가웠다.

 

이 그림 보면 이 전시회를 다 봤다고 할 정도로 감명 깊은 작품이었다.

 

 

 

(베르나르 뷔페 '겨울 궁전')

 

 

 

 

(전시회 방문 인증 스탬프)

 

 

 

 

 

 

마리로랑생展과 비교

 

이 전시회를 보기 바로 전날 마리로랑생전을 보았다.

 

(마리로랑생전 후기 포스트 : 2018/02/17 - [문화 Re:View/전시회] - 감성 저격 당한 전시회 - 마리 로랑생 전)

 

두 전시를 연이어 보기 되니 비교 포인트들이 있어 이를 공유한다.

 

(마리로랑생 이하 마, 예르미타시 이하 예)

 

 

 

내용

- 마 : 한 작가의 일대기의 흐름으로 작품을 관람할 수 있고 집중도와 깊이가 있음.

- 예 : 시대별로 여러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어 스펙트럼이 넓었음. 집중도와 몰임감은 약간 떨어짐

 

오디오

- 마 : 연극배우 박정자님의 큐레이팅으로 구성되어 있어 보다 실감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음

- 예 :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작품들도 오디오로 담겨 있는 점이 아쉬웠음. 하지만 작품을 이해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됨.

 

사진 촬영

- 마 : 한 작품만 허용

- 예 : 전 작품 허용(단 휴대폰으로 플래시 끈 상태에서 가능)

 

굿즈

- 마 : 사고픈 게 많았음.

- 예 : 취향에 맞는 굿즈는 많이 없었던 것 같음.

 

기타

- 마 : 사람 엄청 많음. 오디오 제공 간격이 타이트해 트래픽이 종종 발생

- 예 : 밤 늦게까지 개관(~9시)하여 여유 있게 관람할 수 있었고, 작품 간격이 넓고 구비수가 많아 트래픽이 발생하지 않는 작품들 부터 먼저 둘러볼 수 있어서 여유 있었음.

 

 

 

 

 

깊이 있는 관람은 마리로랑생展을, 다양한 작품 관람은 예르미타시박물관展을 추천!

 

전시회와 함께 좋은 주말 보내세요 ^^

 

 

 


설 연휴가 되서 평소에 시간 없어 가보지 못한 미술 전시회에 가고 싶었다.


알아보던 중에 '마리 로랑생 전'이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연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도 설날 당일에도)


프랑스의 여성 화가 마리 로랑생(1883 ~ 1956)은 여성,소녀,꽃,동물을 그려냄으로써 세상의 아픔을 보듬고자 했다는 전시회 소개 내용을 보고

뭔가 이 전시회에 가면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설족이라 집에만 있으려고 했는데 이 전시회는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회 입장 사전 준비 완료)




(마리 로랑생 화가가 좋아하는 핑크색으로 전시회 입구가 꾸며졌다)




마리 로랑생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한 시간을 보낸 시절에 대해 "매일 결투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말에 깊은 공감이 되었다.)




제일 취향 저격 당한 그림 '책 읽는 여자'





마리 로랑생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에서 그림의 모델로 엄마나 자기 자신을 삼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마리 로랑생의 자화상)



- 나는 스무살이었다. 당시의 나는 슬프고 못생기고 하여튼 아무런 희망이 없었다 - 고 적혀있었지만,


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내 눈에 그녀의 자화상은 젊고, 당찼고, 꿈이 있어 보였다.




마리 로랑생의 대다수의 그림은 여성을 그린 그림이었다. 


작품들을 하나씩 감상하고 있으면 정말 작품 속 여성들이 아름답고 우아하게 그려졌다. 


(어떤 요소가 이렇게 우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지 고민하면서 감상하게 됨.)




'장미를 든 여인'





마리 로랑생에게는 그 당시 여성들이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여성의 감성으로 우아하고 섬세하며 아름답게 그려졌기 때문인 것 같다.



'샤를 델마스 부인의 초상'





그리고 하나 잊지 못할 그림이 있다면 바로 '수잔 모로'의 그림이었다.


'수잔 모로'




수잔 모로는 마리 로랑생의 가정부로 들어왔다가 양녀로 입양이 되어 평생의 삶을 보장받을 정도의 유산을 받은 야망찬 분이었다.


(이 작품에 대한 오디오 설명을 들으면서 최근 이슈였던 어떤 한 분이 자꾸 떠오름;;)






또한 이 전시회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개의 시'가 함께 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마리 로랑생의 연인이었던 기욤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라는 시와, 하나는 마리 로랑생이 쓴 '잊혀진 여인(진정제)'라는 시였다.


전시를 감상하면서 연극배우 박정자님의 위 두 시 낭송도 들을 수 있고, 미다보다리 샹송도 들을 수 있다.



전시회 끝에 마리 로랑생의 시를 필사할 수 있는 코너도 있어 작품과 시를 깊이 음미할 수 있다.




(내용이 비극적이어서 필사하다가 포기함)








전체적으로 전시회에 사람이 많았고, 오디오를 제공하는 작품의 간격이 너무 붙어 있다 보니 트래픽이 자주 발생했지만,


작품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던 점이 좋았고, 시대별로 전시된 작품을 통해 한 사람 더 나아가 한 여성의 일생을 이렇게 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었던 전시회였다.



감성이 풍부한 분들에게, 그리고 여성분들이라면 더더욱 이 전시회를 추천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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