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한 주간 여러 일에 치어 정신 없이 지내오다 드디어 맞이하게 된 금요일 밤,


본격적으로 '내 시간'이 시작 된 것 같아 폰도 멀리 하고 누워만 있었다.


분명 계획한 일들은 많은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이 밤은,


차라리 밖으로 나가 재밌게 놀면 일찍이라도 잘 것을 에너지는 남아 돌아 잠은 오지 않는다. 


이 때는 영화 한 편 보기에 딱 좋은 타이밍,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의 영화를 선택하는 건 항상 후회가 적다.





메소드 연기


배우가 극중 배역에 몰입해 그 인물 자체가 되어 연기하는 방법 중 하나


배우들은 연기를 하다보면 극중 캐릭터의 삶의 방식을 실제와 같이 모방하여 완벽한 몰입을 꾀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연기가 끝나도 그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종종 자아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박성웅과 메소드,


배우 박성웅의 메소드 연기는 이전에 그가 출현했던 드라마 '맨투맨'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배우 '여운광' 역을 맡았던 그의 연기는 그의 진짜 모습인지 아니면 연기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에피소드 중 촬영을 마치고 배우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술에 취해 "송미현이 내꺼야~!!"라고 했다는데 


(송미현은 극중에서 박성웅의 상대역으로 나온 여주 캐릭터 이름)


남들은 웃고 넘겼겠지만, 나는 그가 '여운광'이라는 캐릭터에 그 자신을 충실히 임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박성웅 주연의 영화 메소드는 호기심을 더욱 자아냈다.





영화 메소드


연극에 열의가 없어보이는 아이돌 출신 배우 영우(오승훈)가 못마땅한 재하(박성웅)는 메소드 연기가 무엇인지 영우에게 직접 보여주는데,





(재하의 연기에 몰입되어 눈물까지 흘리게 된 영우)




그 경험이 신선한 충격이 되었는지, 그 이후 영우는 밤새 대본을 연구하고, 재하가 추천한 책 구절들을 외우는 등 열정을 다해 재하와의 연기에 임하게 된다.


나중에는 메소드 연기를 알려준 재하보다 본인이 더 연기에 빠져드는데,




영화의 절정은 마지막 20여분 가량이었다.


재하와 영우가 준비한 연극이 무대에 올라 관객 앞에 서게 되는데, 이 때 그들의 내/외면적 갈등이 극도로 표출된다.


(이 부분이 영화의 몰입감의 최고조로 상승되는 부분) 



메소드 연기 특유의 즉흥 대사와 돌발적인 행위 등이 거침없이 표현되어 


이를 보는 영화 속 관객들 , 영화 밖 관객들도 이 둘의 연기가 진짜 연기인지, 아니면 실제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엔딩 장면에서 재하의 연인으로 나오는 희원(윤승아)이 재하의 손을 쓰다듬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연극에서 재하가 손가락이 잘린 연기를 했는데, 연극을 마치고 재하를 만나 손가락이 제대로 붙어있는지 확인하는 장면이다.


재하와 영우의 관계 때문에 심적 고통을 입은 여주인공임에도, 얼마나 그 둘의 광기어린 연기에 몰입되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형, 우린 여기서 나갈 수가 없어


 형을 여기다 가둔 것도 나고 나를 여기다 가둔것도 나야


...



그런데 나도 나갈 방법을 잊어버렸어"




이 대사는 메소드 연기에 갇힌 그 둘을 암시하는 싱어(영우)의 대사였다.






결론


이 영화를 표면적으로 본다면 두 남성 배우의 로맨스를 그린 것 처럼 보여 자칫 '퀴어 영화'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는 퀴어 영화가 아니란 걸 영화를 보며 발견하게 되었는데,



"너 혹시 게이야?"


"아닌데요. 그냥 형을 좋아하는 건데요"



라는 대사는 이 영화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이 영화는 자신의 캐릭터에 몰입한 두 메소드 배우에 관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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