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미술관(MOA, Museum of Art)


한 번은 가봐야지 했다가 가는데까지 약 6년이 걸린 미술관이 있었습니다. 가까울 수록 더 가기가 어려운 것일까요. 제주도민 중에서 정작 한라산을 안가본 도민들이 많다는 얘기처럼 말입니다. 6-7년을 관악구에 살면서 서울대학교 미술관(MOA, Museum of Art)을 한번도 간적이 없었습니다. '서울대'라는 이미지가 주는 심리적 접근성이 멀리 느껴졌었다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이번 전시회 감상을 통해 서울대학교 미술관은 미술관을 찾는 모든이들에게 친절하고, 모두에게 열려있는 미술관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기본 관람료는 일반인 3000원, 어린이/청소년 2000원, 서울대학교 교직원과 재학생은 무료였습니다. 서울대 정문까지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어 교통적인 측면의 접근성도 좋았습니다. 계단을 따라 빙 돌며 전시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는 구조는 공간으로서의 예술적 가치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늘 좁은 공간에 사람들에게 밀리고 치여 작품들을 제대로 볼 수 없는 다른 전시관에 비해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는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소장품 100선


서울대학교 미술관에는 약 650여점의 소장품이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개인 작가와 소장가들의 기증을 통해 수집되었습니다. 금번 전시회에서는 그 소장품 중에서도 희귀성이 높은 작품 100선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근현대 미술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세월이 흐를 수록 더욱더 가치가 깊어질 작품들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 전시회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며 '누군가의 고도의 정신작용이 담긴 창작물을 하나하나 보는게 참 의미있는 일이구나'라는 걸 느끼면서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작품들 하나하나가 많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생각하게 만들고, 상상하게 만들었습니다. 작품과 제목을 보며 "그렇지"라고 이해가 되는 작품들도 있었고, "아~~"하고 탄성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도 있었고, "그럴 수도 있구나", "이건 왜 이러지?"라고 퀘스쳔을 주는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기법들로 제작된 작품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학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가치가 높은 작품들이었습니다. 그 중 '에네르기'라는 작품은 깨어진 동판 용접 속에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디테일을 표현한 점이 인상이 깊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네모난 금속상자 처럼 보이지만 그 안은 소용돌이 치는 듯한 무언가가 표현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코어 전시실에는 거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금요일 오후 시간대에 방문했기 때문에 넓은 전시실 안에 혼자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코어 전시실에는 정말 훌륭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작품앞에 제가 압도당했다고 표현하면 맞을까요. 특히 '백성들의 생각-계유년과 단종'이라는 작품을 보았을 때 그림의 스케일이나 색채, 요소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의미 부호들이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림을 보고 심장이 놀란 기분은 처음이었습니다. 또 몇몇 작품들은 복도같이 좁은 공간에 전시되었는데요. 작품을 한 눈에 보기엔 조금은 아쉬웠을만큼, 정말 하나하나 놀라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미술관 전체가 6시에 닫는다고 해서 지하 층에 있는 작품들은 자세히 보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워낙 인상 깊었고 추후에도 계속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에 서울대학교 미술관 소장품에 대한 해설이 담긴 가이드북을 하나 구매하고 나왔습니다. 원래 도룩이나 가이드북을 구매해본 적은 없는데, 나중에라도 생각이 날 때 내가 봤던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면 기억에도 남고 많은 영감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소장품 100선 전시회 관람을 고민하는 분이 있으시다면, 정말 후회하지 않을 전시회라고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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