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계획은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하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에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날 따라 일이 늦게 끝나 예술의 전당에 늦은시간에 도착하게 되었다.


7시가 마감인 전시회를 1시간도 채 안디는 시간에 본다는 건 무리였다.


(전시회를 30분안에 본다는 건 밥을 급하게 먹는 것과 마찬가지.)




시간이 촉박할 걸 알면서도 예술의 전당에는 왔는데 '아쉬운 발걸음을 해야 하나' 할 때, 어떤 전시회 하나가 한 눈에 들어왔다.


바로 '2018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전'이었다.







기간을 보니 3.2일부터 3.9일까지 진행되었는데, 나는 3.9일에 방문하였던 것이었다.


일주일 남짓 진행되었던 이 전시회의 마지막 날, 문 닫기 직전에 왔다는 것.


무료 전시회라서, 한국 현대미술이라서, 시시하다 생각할 사람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나는 이 전시회를 보러 그 날 예술의 전당에 간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전시회를 보게 된 것이 행운처럼 느껴졌다.






이 전시회에 출품한 화가들 한 명 한명을 인터뷰 한 영상이 한 기둥 벽면에 프로젝트를 쏘아 상영되고 있었다. 


전시를 보기 전에 이 영상부터 보았는데, 화가가 직접 본인의 작품을 설명하는 영상이었다.


작품의 동기, 의미, 제작 방법등을 자세히 소개해주었는데, 정말 작품마다 다양한 재료와 기법과 의미로 탄생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화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에 대해 소개해주니, 늘 오디오로만 듣던 설명들보다 더 생생하고 실감있게 작품이 와닿았다.




화가의 인터뷰 중 어느 한 화가가 자신의 작품에는 '이미지를 하나씩 채집하여 전체적인 구조로 하나의 맥락을 이룬다'는 말도 인상이 깊었다.


그리고 어떤 화가는 그림도 소재를 어렵게 찾을 필요가 없고 내가 가장 잘 알고 봐온 것들을 소재로 잡는게 쉽다는 말도 공감할 수가 있었다.


아이디어와 개념이 작품의 주요 흐름을 이끌어 갈 수 있으며, 사소한 것에서도 의미를 찾는 관찰력과 통찰력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전시된 작품들을 하나한 보면서 느낀점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글 아닌 글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글과 그림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다. 


글 뿐만 아니고, 그림 또한 진실해야 그려질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래는 인상깊었던 작품들이다.




최유미 화가님의 Yacht, Sailing


(다 그려진 그림 위를 흰색으로 덮는게 인상 깊었다. 보면서 내 감정도 정화되는 느낌)




최형주 화가님의 '열정'


(이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봤는데, 정말 쓱싹 그리시는 것 같은데 작품이 주는 인상은 강렬했다.)




이영수 화가님의 'Natural Image'


(이슬은 360도로 우주를 품는다는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오수지 화가님의 '날지 않는 새'


 (이 작품에서 보자마자 이 시대가 투영되어 보였다.)






박정 화가님의 '또 다른 시선'




오늘 전시 중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을 선정해야 한다면 바로 '박정' 화가님의 작품들이었다. 실사처럼 보이는 아리따운 여성의 초상화. 영상을 보면서 그림을 하나하나 살펴보느라 이 전시회에 한시간 넘짓 있었는데, 관람하는 사람들이 제일 사진을 많이 찍고 간 작품도 박정 화가님의 작품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박정 화가님은 입에 붓을 물고 작품을 제작하는 '구필화가'셨다. 예전에 뉴스에서 박정 화가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분의 작품을 우연히 오게 된 이 전시회에서 발견하게 되어서 더더욱 반가웠다. 박정 화가님은 먼저 작품을 공감하고, 그것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궁금해하고, 그 이후에서야 입으로 그렸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시회를 다 보고 나서 나는 "와,, 잘봤다"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나왔다. 


짧은 기간 동안 진행이 된 점은 아쉬웠지만, 이 전시회를 계기로 한국 미술에 대해 더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에도 훌륭한 분들과 훌륭한 작품이 많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미술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 ^^


























설 연휴가 되서 평소에 시간 없어 가보지 못한 미술 전시회에 가고 싶었다.


알아보던 중에 '마리 로랑생 전'이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연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도 설날 당일에도)


프랑스의 여성 화가 마리 로랑생(1883 ~ 1956)은 여성,소녀,꽃,동물을 그려냄으로써 세상의 아픔을 보듬고자 했다는 전시회 소개 내용을 보고

뭔가 이 전시회에 가면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설족이라 집에만 있으려고 했는데 이 전시회는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회 입장 사전 준비 완료)




(마리 로랑생 화가가 좋아하는 핑크색으로 전시회 입구가 꾸며졌다)




마리 로랑생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한 시간을 보낸 시절에 대해 "매일 결투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말에 깊은 공감이 되었다.)




제일 취향 저격 당한 그림 '책 읽는 여자'





마리 로랑생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에서 그림의 모델로 엄마나 자기 자신을 삼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마리 로랑생의 자화상)



- 나는 스무살이었다. 당시의 나는 슬프고 못생기고 하여튼 아무런 희망이 없었다 - 고 적혀있었지만,


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내 눈에 그녀의 자화상은 젊고, 당찼고, 꿈이 있어 보였다.




마리 로랑생의 대다수의 그림은 여성을 그린 그림이었다. 


작품들을 하나씩 감상하고 있으면 정말 작품 속 여성들이 아름답고 우아하게 그려졌다. 


(어떤 요소가 이렇게 우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지 고민하면서 감상하게 됨.)




'장미를 든 여인'





마리 로랑생에게는 그 당시 여성들이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여성의 감성으로 우아하고 섬세하며 아름답게 그려졌기 때문인 것 같다.



'샤를 델마스 부인의 초상'





그리고 하나 잊지 못할 그림이 있다면 바로 '수잔 모로'의 그림이었다.


'수잔 모로'




수잔 모로는 마리 로랑생의 가정부로 들어왔다가 양녀로 입양이 되어 평생의 삶을 보장받을 정도의 유산을 받은 야망찬 분이었다.


(이 작품에 대한 오디오 설명을 들으면서 최근 이슈였던 어떤 한 분이 자꾸 떠오름;;)






또한 이 전시회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개의 시'가 함께 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마리 로랑생의 연인이었던 기욤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라는 시와, 하나는 마리 로랑생이 쓴 '잊혀진 여인(진정제)'라는 시였다.


전시를 감상하면서 연극배우 박정자님의 위 두 시 낭송도 들을 수 있고, 미다보다리 샹송도 들을 수 있다.



전시회 끝에 마리 로랑생의 시를 필사할 수 있는 코너도 있어 작품과 시를 깊이 음미할 수 있다.




(내용이 비극적이어서 필사하다가 포기함)








전체적으로 전시회에 사람이 많았고, 오디오를 제공하는 작품의 간격이 너무 붙어 있다 보니 트래픽이 자주 발생했지만,


작품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던 점이 좋았고, 시대별로 전시된 작품을 통해 한 사람 더 나아가 한 여성의 일생을 이렇게 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었던 전시회였다.



감성이 풍부한 분들에게, 그리고 여성분들이라면 더더욱 이 전시회를 추천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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