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되서 평소에 시간 없어 가보지 못한 미술 전시회에 가고 싶었다.


알아보던 중에 '마리 로랑생 전'이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연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도 설날 당일에도)


프랑스의 여성 화가 마리 로랑생(1883 ~ 1956)은 여성,소녀,꽃,동물을 그려냄으로써 세상의 아픔을 보듬고자 했다는 전시회 소개 내용을 보고

뭔가 이 전시회에 가면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설족이라 집에만 있으려고 했는데 이 전시회는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회 입장 사전 준비 완료)




(마리 로랑생 화가가 좋아하는 핑크색으로 전시회 입구가 꾸며졌다)




마리 로랑생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한 시간을 보낸 시절에 대해 "매일 결투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말에 깊은 공감이 되었다.)




제일 취향 저격 당한 그림 '책 읽는 여자'





마리 로랑생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에서 그림의 모델로 엄마나 자기 자신을 삼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마리 로랑생의 자화상)



- 나는 스무살이었다. 당시의 나는 슬프고 못생기고 하여튼 아무런 희망이 없었다 - 고 적혀있었지만,


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내 눈에 그녀의 자화상은 젊고, 당찼고, 꿈이 있어 보였다.




마리 로랑생의 대다수의 그림은 여성을 그린 그림이었다. 


작품들을 하나씩 감상하고 있으면 정말 작품 속 여성들이 아름답고 우아하게 그려졌다. 


(어떤 요소가 이렇게 우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지 고민하면서 감상하게 됨.)




'장미를 든 여인'





마리 로랑생에게는 그 당시 여성들이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여성의 감성으로 우아하고 섬세하며 아름답게 그려졌기 때문인 것 같다.



'샤를 델마스 부인의 초상'





그리고 하나 잊지 못할 그림이 있다면 바로 '수잔 모로'의 그림이었다.


'수잔 모로'




수잔 모로는 마리 로랑생의 가정부로 들어왔다가 양녀로 입양이 되어 평생의 삶을 보장받을 정도의 유산을 받은 야망찬 분이었다.


(이 작품에 대한 오디오 설명을 들으면서 최근 이슈였던 어떤 한 분이 자꾸 떠오름;;)






또한 이 전시회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개의 시'가 함께 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마리 로랑생의 연인이었던 기욤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라는 시와, 하나는 마리 로랑생이 쓴 '잊혀진 여인(진정제)'라는 시였다.


전시를 감상하면서 연극배우 박정자님의 위 두 시 낭송도 들을 수 있고, 미다보다리 샹송도 들을 수 있다.



전시회 끝에 마리 로랑생의 시를 필사할 수 있는 코너도 있어 작품과 시를 깊이 음미할 수 있다.




(내용이 비극적이어서 필사하다가 포기함)








전체적으로 전시회에 사람이 많았고, 오디오를 제공하는 작품의 간격이 너무 붙어 있다 보니 트래픽이 자주 발생했지만,


작품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던 점이 좋았고, 시대별로 전시된 작품을 통해 한 사람 더 나아가 한 여성의 일생을 이렇게 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었던 전시회였다.



감성이 풍부한 분들에게, 그리고 여성분들이라면 더더욱 이 전시회를 추천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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