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비창업패키지 결과를 문자로 받았는데 서류에서 떨어졌습니다. 약 한달 가량의 시간 동안 사업계획서를 힘들게 작성하여 지원했지만, 저는 속으로 내심 저의 것이 탈락하기를 바랐고, 소원대로 탈락 문자를 받아서 기뻤습니다. 

 

그 동안에 있었던 이야기를 풀려고 합니다. 

 

 

먼저 고백하자면

 

서점에 있는 수많은 책들에서 블로그, 유튜브를 운영하며 시간과 경제적 자유를 얻고 자유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는 내용을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부푼 꿈을 안았던 건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유튜브나 블로그가 수익이 날 수 있을 만큼 빨리 크지 않아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정부에서 창업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지원하는 사업이 많다는 것도 알기에 아이디어를 잘 써서 지원하면 그런 지원사업에도 혜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수 많은 강연회와 책들에서 정부 지원 사업을 잘 활용할 것을 추천하고 독려하였습니다. 심지어 정부지원사업에 합격할 수 있는 책들까지도 발간이 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존까지 합격한 아이템들을 보면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까지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그러한 단편적인 내용만 보고 섣불리 지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점을 경험하였습니다. 

 

우선, 사업계획서 작성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정부 지원사업계획서 양식은 처음 써본 사람은 어떤 내용을 써야하는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고, 시장조사에는 필요한 데이터를 찾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습니다. 특히 경쟁사 조사를 하며 저와 유사한 아이디어가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것을 볼 때면 이 아이템을 접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하며 겪게 되는 끝없는 내적갈등. 그렇게 찌지고 볶고 내 자신과 싸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업계획서를 쓰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면 다행히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창업멘토링 프로그램들을 잘 활용하여 필요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멘토링 중에도 까이고 까이고 또 까인 사업계획서, 하지만 까일 수록 점점 사업계획서는 점점 그럴듯한 모습을 갖추어 나갔습니다. 그렇게 한달 여 정도의 시간을 붙들고 제출하고 나니 더 이상 정부지원사업은 쳐다보고 싶지도 않을 만큼 탈진이 올 정도로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하지만, 제출한 사업을 실제로 운영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평소에 관심이 있던 분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였기 때문에 사업 아이템에 대해선 나름 논리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예산과 추진 일정들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작성하고 보니 실제로 해당 사업은 실현 가능할만큼 구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구체화가 될 수록 마음 한구석에 걱정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이 아이템을 과연 내 역량으로 커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팀창업이 아닌 상황에서 너무 큰 일을 벌리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든 하지 않을까?'라고 하며 계속 진행하다가 저의 아이템은 결국, 

 

피할 수 없는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혔습니다.

 

저는 실제로 그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사업 제출 이후에도 필요한 정보들을 발품을 팔며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관공서에 여러차례 문의를 거듭한 결과 제가 하려는 일이 '인허가 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인허가를 받아 운영하더라도 여러 규칙과 규제의 법 안에서 실현되어야 하는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예비창업 나부랭이인 제가 실현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아이템이었습니다. 

 

결국 아이템 Drop,

한 달여 시간을 해당 아이템을 준비하며 보냈지만 예비창업패키지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마음에서 Drop하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템이 얼마나 저를 힘들게 했는지, Drop을 하니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져 왔습니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탈락하였습니다.

 

 

느낀 점

 

정부지원사업 특히 중소벤처기업부 사업 같은 경우는 어던 과제 형식을 띌 수 있는 기술기반 아이템이 오히려 잘 먹히고 수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같은 경우 엄밀히 말하면 서비스업에 가까웠지만 워낙 정부 사업들이 기술기반을 강조하다보니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무리하게 집어넣어 작성한 경향이 없지않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 달여 동안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을 준비했던 시간이 헛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번 사업계획서를 쓰고 나니 그 다음 사업계획서는 정말 쉽게 쓰여졌습니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써야할지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여러 시도 가운데 제가 정말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지 알아가게 되고 그 길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블로그로 다시 돌아온 이유도 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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