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가봐야지' 했지만 이제까지 가보지 못했던 곳들을 서른이 넘어서 가보고 있습니다. 사실 그러한 장소들은 멀리 떨어져 있던게 아니라 굉장히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가기를 미루고 미루었던 곳 중 하나가 바로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생활미술관'이었습니다. 매번 사당 부근을 오갔지만, 이 고풍스러운 느낌의 미술관을 차의 창가에서 바라만 보았을 뿐, 한 번을 그 앞에 멈추지 못하고 그냥 지나기 일 수 였습니다. 하지만 전시회를 많이 다니는 요즘, 가까운 곳에 미술관이 있다는 것이 삶에서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었고, 이를 누려보기로 하였습니다 ^^



가깝지만 어려웠던 발걸음, 서울특별시립미술관 남서울생활 미술관


제가 이 가까운 미술관을 가기를 망설였던 이유는 아마도 이 검고 큰 문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이 길을 지나며 바라보는 미술관의 검은 색 문은 굳게 닫힌 느낌이었고, 그 큰 문이 주는 위엄 때문인지 아무나 함부로 열고 들어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도 무겁게 보여, 문을 열려고 하면 그 무게 때문에 낑낑 대면서 잘 열 수 없을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 곳에 방문하여 문을 열어보니 아주 쉽게 열렸습니다.  문은 검은색으로 페인트칠 된 나무 문이었습니다. 문도 쉽게 열렸을 뿐더러 문을 열었을 때 아무도 없었습니다. 예상했던 쇠문이 무게감도, 문을 열었을 때 누군가 나를 낯설게 쳐다보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무색해졌습니다. 곧바로 전시장이 보였습니다.


요즘 전시회를 다니며 느끼고 배우고 있는 점은 '겉모습만 가지고 판단할 수 없다.'입니다. 행여나 편견과 차별을 싫어하는 저 조차 혹시나 스스로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봅니다. 어렵고 무겁게만 보였던 이 문이 막상 가보니 아주 쉽게 열렸다는 점이 저를 다시 깨우쳐주었습니다.





남서울미술관 건축아카이브 상설전시 '미술관이 된 구 벨기에 영사관'


벨기에 영사관은 1904년에 처음 우리나라에 세워졌으며 근대서양건축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은 건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아직 없었기 때문에 이 가치를 알리기 위해 상설 전시를 열게 되었다고 합니다. 벨기에는 대한제국정부 시절에 우리 나라의 중립국이었고, 이 계기로 벨기에 영사관이 탄생되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 나라 근대사의 중요한 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벨기에 영사관은 1982년 관악구로 이전 복원되었고, 2004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이 되면서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되었다고 합니다.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지 14년 정도 되는데, 이렇게 기회가 되어 볼 수 있게 되서 감격스러웠습니다. 


이 상설전시는 벨기에 영사관을 중심으로 근대사적 그림과 사진작품, 도면, 관련 사료, 문헌들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전시되어 있는 규모는 적었지만, 사실 이 건물 그 자체가 하나의 큰 작품이고 전시였습니다. 방들 곳곳마다 벽난로가 있었고, 단아한 디자인의 샹들리에와 바깥을 볼 수 있는 세로로 길고 큰 창문들이 있었습니다. 1층과 2층을 오갈 때 이용하는 검은색 나무계단도 발을 디딜때 '삐---걱'하는 나무 소리가 났지만 그것조차 세월의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건물 바깥에는 잔디가 있고, 잔디 사이에는 입구까지 조그마한 길이 나있습니다. 건물 야외에서 이 미술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정말 고풍있고 멋스러운 작품이 탄생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상설전시를 통해 늘 지나쳐온 이 미술관을 미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가치를 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술가 (없는) 초상 전시회 관람 후기

 

제목부터 뭔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전시회였습니다. 예술가의 초상이면 예술가의 초상이라고 했을 텐데, '예술가'와 '초상'이라는 단어 사이에 '없는'을 괄호 안에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시회에 비치된 리플릿에 본 전시회에 대한 소개를 보고 알 수 있었습니다. 전시회 제목에서의 괄호 '(없는)'은 '예술가 초상'과 '예술가 없는 초상'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서로 상반되는 의미들의 병치를 통해 한국 현대 사진에서 예술가의 초상을 찍어온 사진의 흐름과 그 변화의 현 주소를 은유하고자 하였다고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상반된 의미까지는 이해가 되었지만 큰 맥락의 은유를 이해하기에는 조금 더 이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시회 구성

어쨋거나 전시회는 3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부에서는 [지금, 여기의 예술가 초상을 묻다]라는 주제로 구본창 작가님과 오형근 작가님의 사진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2부는 [예술가는 있다/없다]라는 주제로 주명덕 작가님과 육명심 작가님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3부에서는 [우리 모두의 예술가]라는 주제로 천경우, 박현두, 정경자, 김문 작가님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전시장 한켠에는 문인들의 아카이브가 전시되어 있어 이 곳에서 박경리 작가님의 친필 원고를 볼 수 있습니다. 원고지에 한 칸 마다 한 자 한 자 글자가 적혀있는 원고가 인상적입니다.


전시회 관람 포인트 

근래들어 여러 전시회를 다니며 한국 예술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습니다. 본 전시회에서는 그러한 저의 관심과 함께 재밌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잘 아는 배우들의 초상과 수능을 준비하며 문학 시간에 열심히 공부했던 작가분들의 초상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사람 그 자체가 작품이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담겨 있는 표정과 몸짓, 주변의 사물들이 어울어져 그 예술가 한 사람을 나타냈습니다.




김문 작가님의 '철산 4동인'

전시회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바로 김문 작가님의 '철산 4동인'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철산 3동 주민분들이 본인이 스스로 원하는 장소에 가서 원하는 타이밍에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한 작품이어씃빈다. 사진 속의 분들은 모두 미소를 짓고 계셨습니다. 심지어 아이들도 자신이 원하는 장소를 골라 사진을 촬영하였는데요. 다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또한 이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다른 작품들의 경우 타자에 의해 연출된 환경과 의도된 타이밍에 촬영이 되었다면, 이 작품은 오롯이 본인이 스스로 환경과 시간을 선택하여 촬영하였으므로 더 주체적인 느낌을 주었습니다. 눈에 자극적인 이미지들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는 장면들의 기록이었지만, 사진 속 모델분 저마다의 개성이 녹아 있어 철산4동 주민 분들을 한 분 한 분 만나는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이 전시회는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10시부터 8시까지 열리며, 토, 일, 공휴일은 18시까지 관람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위치는 사당역 가까이에 있어(사당역 6번 출구) 지하철 2,4호선을 이용하여 올 수 있으므로 교통편이 좋습니다. '미술관이 된 구 벨기에 영사관' 상설전시도 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연인들이 가볍게 들렸다 가기에 좋은 전시회 입니다. 전시 관람 소요시간은 1시간 이내면 충분하며, 무엇보다도 이 건물 자체가 아름다워 건물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다음 포스트에는 '미술관이 된 구 벨기에 영사관' 전시회에 다녀온 후기도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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