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개최하는 하늘 땅 사람들 이라는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2017 SeMa 신소장품전

2017 SeMa 신소장품전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전시회는 서울시립미술관(SeMA, Seoul Museum of Art)에서 2017년도에 수집한 작품을 소개하는 신소장품전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의 수는 약 4,700점이고 이 중에서 2017년에 수집한 작품들은 188점이라고 합니다. <하늘 땅 사람들>이라는 전시의 제목은 오경화의 비디오 설치 작업<하늘, 땅, 사람들>에서 빌려왔다고 합니다. 오경화 작가님은 당대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역사, 정치, 사회 및 자연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 안에 처한 예술가의 모습을 표현하였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도 미술의 현재는 예나 지금이나 시차를 달리하여도 여러 상관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주를 하고 있는 의미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회에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 3층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2층에는 미술 안팍의 자연풍경을 조망, 3층에서는 역사를 중심으로 파생되는 시대의 공명을 나타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하늘 땅 사람들' 전시회 관람 포인트

제가 이 전시회를 관람하며 느낀 관람 포인트는 작품에 외면적/내면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시대적 반영입니다. 영상 작품이건 그림이건 조각이건,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사람들이 외면하거나 묻어두거나 혹은 잊었던 사건 혹은 생각들을 끄집어 내고 그것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하여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에서 어떻게 보면 서울이라는 도시가, 더 나아가 한국이라는 나라가 자신의 허물을 용기있게 보이며 그것을 돌아보는 작품들을 전시했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그 점이 서울시립미술관이 시민에게 문화의 수준을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전시회에는 다양한 작가, 다양한 방식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어 여러 아이디어를 얻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일례로 종이 박스를 펼쳐 그 위에 그림을 그린 작품이 있었습니다. 그 작품을 보며 어떤 종이든 무엇이든, 혹은 누군가가 가치없다 생각하고 버려진 어떤 것들 위에 그림이 그려지고 의미가 더해지면 하나의 고귀한 예술작품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염지혜 작가님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염지혜 작가님의 영상작품을 또 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또 봤다는 말은 이전에 제가 아시아 기획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 전시회에서 염지혜 작가님의 '미래열병'이라는 작품을 관람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작품이 주는 인상이 저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었습니다. 금번 전시회에서는 염지혜 작가님의 '그들이 온다. 은밀하게, 빠르게'라는 영상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3층 전시실 구석에 칸막이로 공간이 분리된 곳에서 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영상이 주는 메시지가 너무 강렬해서 계속 보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외면하는 불안을 여실히 드러낸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어둡고, 무겁고, 하지만 시원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누군가가 대신 얘기해준 것 처럼 말입니다. 이 이후로 염지혜 작가님의 작품들에 대해서 더욱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틀 연속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아 전시회를 관람하였습니다. 전시회 수준도 높고 많은 영감을 주는 전시회들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전시회가 무료로 개최되고 있어, 놓치지 말아야 할 문화혜택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4월 전시회 소식을 알아보던 중에 홍대 KT&G 상상마당에서 전시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정신의학 역사와 아트브룻'이라는 전시회였습니다.


전시회를 가기 전에 아트브룻이라는 단어가 생소해서 찾아보니, 제도권 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한 작품'을 의미한다고 하였습니다. 아웃사이더 다트라고도 하구요. 해외에서는 예술의 분야로 자리잡고 있는데,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한 장르입니다. 금번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정신의학 역사전시는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전시라고 하였습니다. 최근 KBS '문학의 향기'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아트브룻에 대해 다룬 내용이 있었습니다.


'정신의학 역사와 아트브룻 전시회'에 가기 위해 표 구매는 인터파크에서 진행하였습니다. 표는 KT&G 상상마당의 정문말고 옆문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올라가면 있는 안내데스크에서 수령하였습니다.


이 전시회의 구조는 KT&G 상상마당 5층부터 관람을 시작하여 5,4,3층으로 내려가는 구조였습니다. 5층에서는 정신의학의 역사를, 4층에서는 아트브룻 아웃사이더 아트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3층에서는 전시회 굿즈들을 구매할 수 있는 아트샵과 잠시 쉴 수 있는 카페가 있습니다.


5층에서는 정신의학의 역사에 관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시회 서두에는 심리 장애에 대해 다룬 두꺼운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저는 정신의학까지는 아니지만 심리학을 공부한 적이 있어서 용어들이 생소하지는 않았습니다. 특정 증상에 따른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5층 전시를 둘러보며 정신의학이라는 학문이 발달하기 전까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귀신 들린 사람으로 취급하여 치료를 이유로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만행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환자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 혹은 진단에 의하지 않고 단순한 추측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 행위가 이루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치료방법에 저항이라도 하면 증세가 더 심하다 생각하였는지 더 가혹한 방법으로 환자들을 대해 인권을 침해한 상황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잔혹성에 의해 전시 작품들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고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4층에서는 안내해주신 분의 말에 의하면 '벨기에 회원'분들이 보내주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였는데요. 아마도 기슬랭박물관 소장 작품들이 전시되었다는 걸 얘기하신 것 같습니다. 이전에 제가 보아왔던 전시와는 다른 느낌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아트브룻의 특징이 타인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그 존재 자체를 표현하기 위한 예술이라는 점에서, 표현의 제약이 느껴지지 않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일반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자 하면 남들의 눈을 많이 신경쓰기 때문에 여러가지 제약이 있지만 아트브룻은 그런 제약이 없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었습니다.





캔버스 양면에 그린 그림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그림은 뒷면까지 캔버스 가득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 그림은 양면이 유리인 액자에 담겨 천장에 줄을 연결하여 공중에 띄운 상태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짝꿍과 저는 '왜 뒷면에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하면서 감탄하기도 했는데요. 저희는 항상 단면만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단면만 보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면까지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습니다.




또 어떤 예술가는 쓰레기를 모아 차 모양의 형상을 만들었습니다. 남들이 쓸모 없다고 버리는 쓰레기를 모아 이렇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탄생시킨 것에 대해서 인상깊었습니다. 쓰레기는 필요 없다고 버려져야 하는 존재였지만, 생각을 달리하여 그 가치를 잘 발견하고 조화를 시킬 때는 하나의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마치 이 전시회 그 차제를 표현해 준 것과도 같았습니다. 세상에서 마음이 아프다는 이유로 버려지고 소외된 사람들의 작품을 모아 많은 영감을 주는 예술 전시회를 열었다는 그 자체를요.



하지만 전시회에 있는 모든 작품을 이해하는 건 어려웠습니다. 작품속에서 상징하고 있는 부호들이 어렵기도 했구요. 저에게는 조금 어려웠던 전시회였던 것 같습니다. 전시회를 다 보고나서 3층 카페에 앉아 짝꿍과 얘기 나누기를, 오늘 본 전시회를 음식으로 비유한다면 쓴 한약 혹은 고수(쌀국수에 들어가는) 같다고도 하였는데요. 어렵고 무거운 주제의 전시회였지만, 안내하시는 분이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잘 감상할 수 있었고, 아트브룻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가까이 접할 수 있어 더더욱 의미있는 전시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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